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31.


설이 지난 읍내에 사람이 제법 많고 자동차도 많다. 고흥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았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어쩌면 설 뒤에도 한동안 고흥에 머물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른다. 도서관학교에 찾아온 손님이 모는 자동차를 함께 타며 읍내로 갔다. 읍내로 들어서는 길에 왼쪽 오른쪽 두찻길에 빼곡하게 자동차가 섰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 자동차 한 대가 우뚝 선다. 길 한복판에 자동차를 대고 볼일을 보러 갔나 보다. 다른 자동차는 지나갈 수 없도록 찻길 한복판에 자동차를 대고 오래도록 볼일을 보는 배짱은 어디에서 올까? 그러나 저 자동차만 탓할 수 없다. 차를 대는 곳이 아닌 시골 두찻길 가장자리에 빼곡하게 자동차를 댄 사람들도 똑같다. 고흥읍에는 ‘무료공영주차장’이 여러 곳에 있으나 텅텅 빈다. 그곳에 자동차를 대고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모처럼 읍내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랑 볶음밥을 아이들한테 사준다. 큰아이는 “밖에서 먹는 짜장면도 맛있지만 집에서 아버지가 해 주는 짜장면도 맛있어.” 하고 말한다. 짜장면도 볶음밥도 바깥에서 먹을 적보다 아버지가 차려 줄 적에 어쩌면 더 맛있게 여길는지 모른다. 바깥에서는 짜장면이 너무 달기도 하고 볶음밥은 너무 기름지기도 하다. 큰아이가 밥그릇을 비우기를 기다리며 만화책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둘째 권을 살짝 읽어 본다. 꽤 재미있네. 히가시무라 아키코 아주머니 만화가 열 몇 해 앞서하고 대면 무척 많이 발돋움했다고 느낀다. 《패션걸 유카》나 《해파리 공주》는 몇 권 보다가 질려서 뒤엣권을 안 채우고 그만 보았는데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는 어떠려나.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월간잡지 《QUESTION(퀘스천)》 2017년 1·2월호를 읽는다. 이제 6호가 나온 따끈따끈한 새 잡지이다. 첫머리에 송인서적 부도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잡지를 펴내는 출판사는 송인서적에서 그동안 책을 판 돈을 아직 한 푼도 못 받았을 뿐 아니라, 재고도 한 권조차 못 돌려받았단다. 아니 어떻게 여섯 달 동안 출판사한테 ‘책 판 돈’을 안 주나? 그 따위 도매상이니 이렇게 말썽을 일으키면서 문을 갑자기 닫아버릴 테지. 송인서적 부도로 작은 출판사가 매우 크게 피해를 입고 큰 출판사는 멀쩡하다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라고 느낀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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