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58



찰리랑 우주여행을 나선 초콜릿 공장 아저씨

―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로알드 달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0.3.25. 7000원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 님이 1964년에 쓴 동화책이에요. 영화는 2005년에 나왔으니 어느 모로 보면 ‘요즈막에 지은 이야기’로 여길 수 있지만, 1960년대에 쓴 꽤 묵은 이야기예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뒷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시공주니어 펴냄)이고, 로알드 달 님이 1973년에 썼어요. 한국말로는 2000년에 나왔습니다. 초콜릿공장 뒷이야기는 영화로 나오지 않았으니, 영화만 본 분이라면 이 이야기책을 모를 수 있어요.



거대한유리 엘리베이터는 정말이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높이 치솟았다. 마침내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바다가 마치 지도처럼 발 아래 펼쳐졌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러분도 유리 바닥에 서서 내려다봤다면 아찔한 기분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16쪽)


“찰리,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걱정만 하고 싶으냐? 그러기는 싫지? 자 그럼 떠나 보자! 아, 잠깐만요 …… 도킹은 대단히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36쪽)



  초콜릿 공장 아저씨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입니다. 이 유리 엘리베이터는 어디로든 가고 싶은 데를 다 갈 수 있어요. 커질 수 있고 작아질 수 있는데다가 빨라질 수 있고 하늘까지 날 수 있어요.


  ‘아니, 비행기도 아닌데 어떻게 날아?’ 하고 말한다면, 또 ‘기름통이 없는데 무슨 재주로 날아?’ 하고 묻는다면, ‘날개도 없이 어찌 날아?’ 하고 따진다면 재미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 생각을 한껏 펼치거든요. 생각날개를 펼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옳거니 그르니 따지면 한 쪽조차 못 넘어가요. 게다가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보면, 초콜릿 공장 아저씨하고 찰리하고 찰리네 식구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나가요.


  자, 이쯤에서 또 꼬치꼬치 토를 달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우주선도 아니고 유리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우주여행을 해?’ 네, 유리 엘리베이터는 하늘도 날고 우주도 간다니까요.



육군 참모총장이 대답했다. “폭파시켜 버려야 합니다!” 대통령은 언짢아했다. “자네는 뭐든지 폭파시키는 걸 좋아하는군. 좀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나?” 참모총장은 대답했다. “저는 폭파하기를 좋아합니다. 소리가 근사하지 않습니까? 쾅쾅! 펑펑!” (72쪽)


윙카 씨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노인들한테서 등을 돌리고 초콜릿 폭포수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실랑이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왜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욕심부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할까. 싸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어야겠다.’ (166쪽)



  로알드 달 님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로 여러 가지를 건드립니다. 돈에 파묻히거나 권력이 사로잡힌 어른 사회를 비꼽니다. 겉치레에 매달리거나 눈속임에 빠진 어른 사회를 나무랍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무기 싸움을 벌이는 커다란 두 나라(미국하고 소련. 두 작품이 1964, 1973년이 나왔기에)를 꾸짖지요.


  그러면 로알드 달 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일까요? 무엇보다도 꿈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더 많은 돈이나 더 많은 힘이 아닌, 즐거운 삶과 기쁜 사랑을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주어요. 다음으로 신나게 일하고 노는 살림을 들려주어요. 억지로 힘겨이 일하지 말고, 즐겁게 일하고 신나게 놀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한테 틀에 박힌 지식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아이가 마음껏 생각날개를 펴도록 북돋우는 배움을 누리자고 말해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으니, ‘우리가 스스로’ 우리 꿈을 바라보면서 나아가자고 이야기합니다. 남이 해 주는 도움이 아닌, 남이 베푸는 길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지은 꿈으로 우리 스스로 씩씩하게 걸어가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조지아나 할머니가 물었다. “그럼 …… 그건 …… 우리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못 간다는 말이유?”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찰리, 어서 가자!” 윙카 씨는 찰리를 쿡 찌르면서 속삭였다. “문 쪽으로 계속 걸어가라!” (241쪽)



  동화책에서도 영화에서도 로알드 달 님이 들려주려는 ‘스스로 하기’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찰리는 스스로 제 길을 열고, 찰리는 스스로 초콜릿 공장을 새롭게 살리는 길을 밝힙니다. 찰리는 초콜릿 공장 아저씨한테 닫혀진 마음을 아저씨가 스스로 열도록 가만히 북돋우는데, 초콜릿 공장 아저씨도 언제나 찰리가 스스로 제 길을 걷도록 이끌지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할아버지 한 분은 참말로 스스로 일어났어요. 침대에서 안 일어나려고 하는 할머니도 스스로 안 일어나려고 합니다. 돈에 사로잡히거나 전쟁무기에 얽매인 어른들도 스스로 돈에 사로잡히거나 전쟁무기에 얽매여요.


  평화를 바란다면 스스로 평화라는 길을 걸어야 해요. 사랑이라는 꿈을 이루려면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걸어야 해요. 한 걸음씩 걸어요. 두 걸음 세 걸음 꿋꿋하게 걷고 당차게 나아갑니다.


  자, 우리도 스스로 생각해 보기로 해요. 앞길을 스스로 헤치고, 앞날을 스스로 짓기로 해요. ‘유리 엘리베이터’로 멋지게 하늘을 날며 우주여행을 누리는 찰리랑 초콜릿 공장 아저씨처럼, 우리 나름대로 멋진 여행을 꿈꾸면서 이루기로 해요. 2017.1.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