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7.


오늘은 작은아이가 집에서 어머니하고 놀겠노라 한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군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요새 마을에서는 상수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태에 걸쳐 마을길을 파내고 덮고 한 끝에 드디어 막바지인데, 고샅에서 집안으로 파이프를 이으려면 4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우리 집은 처음부터 수돗물을 쓸 생각이 없다. 마을에서 우리 집만 빼고 모두 마당이랑 고샅을 다시 파헤쳐서 파이프를 잇는다. 이 바람에 군내버스가 마을 앞을 지날 적마다 공사판을 에둘어서 다닌다. 읍내로 가면서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을 읽는다. 어렴풋이 알던 이야기를 낱낱이 파헤친 자료로 읽으니 섬찟하다. 우리는 너무 끔찍한 짓을 하는 무시무시한 사람이로구나 싶다. 읍내에서 바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카카오》를 읽는다.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낸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데 무척 더디게 읽는다. 읍내를 다니며 이 책을 꽤 자주 들고 다녔다. 천천히 새겨서 읽다 보니 더딘데, 참말로 카카오는 처음에 ‘신’이 즐기던 마실거리였다 할 만하고, 유럽이 중남미를 식민지로 짓밟다가 농노로 억누르던 때부터 유럽으로 퍼졌다고 한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