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1.
읍내로
저자마실을 간다. 두 아이한테 묻는다. 얘들아, 너희도 읍내에 갈 생각 있니? 작은아이는 선뜻 “응!” 하고, 큰아이는 “음…….” 하면서
생각을 해 보겠단다. 큰아이는 어머니하고 집에서 뜨개질을 하겠노라 말한다. 참말일까? 밥상을 치우고 섥거지를 하고 부엌 갈무리를 하고 숨을
돌리니 한 시간쯤 뒤에 버스가 지나간다. 볕바른 대청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큰아이랑 언제 버스 타러 나가나 기다리는 작은아이. 버스 타러
나갈 즈음 큰아이한테 다시 물으니 같이 가겠단다. 이리하여 세 사람 나들이. 나가는 길에는 만화책 《백귀야행》 스물셋째 권을 읽는다. 한 쪽씩
한 칸씩 아주 찬찬히 새기면서 보는 만화책이다. 오늘 따라 날이 퍽 차다. 뭐, 겨울이니까. 두 아이는 읍내에서 오늘 ‘찐빵’을 먹고 싶었다는
바람을 하나 풀고, 엊그제 못 탄 그네를 타고 싶었다는 바람을 둘 푼다. 즐겁지? 날이 너무 차서 너희들 손이 얼기에 그네는 얼마 못 탔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을 읽는다. 두 나라 사람이 한 나라에서 살며 두 나라를 오간다고 하는데, 나뉘기를 두
나라이지만, 서로 마음은 한결로 흐르는 살림이리라 본다. 나라가 다르기에 다른 사람이라기보다 생각이 다르기에 다른 사람일 테지.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