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4.
우체국에 어떻게 갈까 하고 망설이다가 자전거 말고 군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아이들은 자전거마실도 버스마실도 좋아한다. 자전거마실은 자전거로 들길을 호젓하게 달리며 바람을 쐬니 즐겁다. 버스마실은 모처럼 버스를 타며 신이 난다. 둘 다 좋지만, 집일을 많이 한 날은 몸을 쉬게 하려고 버스마실로 기운다. 지난해까지는 몸이 힘들어도 억지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갔으나 올해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한다. 오늘은 아침에 연뿌리조림을 하느라 힘을 썼으니 느긋하게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에 간다. 나가는 길에는 《우주 100》을 읽는다. 우주하고 얽힌 책은 예전에 다른 책으로 읽어서 아는 이야기가 나와도 즐겁다. 별을 다시 생각하고 온누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집 《봄비가 무겁다》를 읽는다. 포항 문화방송에서 피디로 일하면서 시도 쓴다는 최부식 님은 왜 ‘봄비가 무겁다’는 이야기를 시로 그렸을까. 한겨울에 봄비 이야기를 읽는데, 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잠들어 내 어깨에 기대기에, 시집을 덮고 아이들을 안고서 눈을 살짝 감아 보았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