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
새해 첫날에 저잣마실을 할까 하다가 하루를 미뤄 2일에 마실을 한다. 어제부터 고흥에서는 군내버스 삯이 어른은 1000원, 어린이는 500원이다. 미리 끊은 표는 이제 못 쓴단다. 예닐곱 장을 미리 끊어 두었으니 만 원이 좀 넘는 돈을 버리는 셈이지만, 1700원에서 1000원으로 버스삯이 내렸으니 몇 번 타면 아무것이 아닌 셈이 되겠지. 읍내로 가는 길에는 《울지 마, 지로》 상권을 읽는다. 예전에 나온 《지로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전에 나온 책은 ‘어른’ 눈높이라면, 새로 나온 책은 ‘어린이’ 눈높이라고 한다. 새삼스럽다. 오늘 내가 우리 아이들하고 어떻게 마주하는가를 다시금 되새긴다. 큰아이하고 읍내에서 두 시간 남짓 저자마실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시집 《우는 화살》을 읽는다. 두 시간 남짓 잘 걸어 주고, 짐도 조금 나누어 들어 준 큰아이가 대견하다. 두 시간 남짓 걸어다니느라 배가 고팠을 터이니, 저녁도 맛나게 먹는다. 나는 등허리가 결려 저녁만 차려 주고 끙끙거리다가 남은 밥이랑 국을 비운다. “우는 화살”이 “웃는 화살”을 지나 “노래하는 화살”이 될 수 있는 날을 그려 본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