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이재영
터키에서 배구선수로 뛰는 김연경 님이 있습니다. 배구를 모른다면 왜 터키라는 나라에 가서 배구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터키 배구리그는 가장 셉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수일 때라야 비로소 터키리그에 들어갈 수 있고, 터키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받는 돈도 가장 높아요. 배구선수 김연경 님은 공격도 잘하지만 수비도 빼어나게 잘합니다. 두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지만, 이 두 가지를 시원시원 잘하는 배구선수가 바로 김연경 님입니다.
한국에서 배구선수로 뛰는 이재영 님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로선수가 된 지 세 해째인데, 처음에는 ‘공격만 잘하는’ 선수였어요. 이처럼 하나만 잘하는 사람을 놓고 ‘반쪽짜리’라 하지요. 그런데 배구선수 이재영 님은 프로선수로 세 해째 뛰는 요즈음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공격도 공격대로 잘하지만, 지난 이태 동안 뼈를 깎듯이 땀을 흘려서 ‘이녁한테 너무 못하던 수비’까지 훌륭히 해낼 만큼 달라졌어요.
한 가지만 잘하기도 쉽지 않다고 할 수 있으니, 둘 다 잘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한 가지’를 내려놓고서 ‘제대로 못하는 다른 한 가지’를 잘하도록 뼈를 깎기가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잘하는 한 가지’만으로도 얼마든지 밥벌이가 되거든요.
‘잘 못하는 한 가지’를 잘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 뼈를 깎아도 꽤 오래 걸릴 만해요. 그렇지만 잘 못하던 한 가지를 가다듬는 품은 어쩌면 한두 해나 두세 해쯤이면 넉넉할는지 모릅니다. 서너 해나 너덧 해라고 해도 ‘그리 길지 않을’ 수 있어요. 다섯 해나 열 해를 들여서 ‘잘 못하는 한 가지’를 ‘잘하도록’ 고칠 수 있을 테고요.
문득 내 모습을 돌아봅니다. 나는 스무 살 언저리에 신문배달을 하며 오른손으로 신문을 넣었으나, 오른손을 다친 날에는 며칠 동안 ‘왼손으로 신문 넣기’를 해야 했어요. 그때 거의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아무래 ‘오른손으로 신문 넣는 일’을 잘하더라도 이 오른손이 다치면 말짱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일부러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고, 왼손으로 칼질을 하고,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왼손으로도 신문을 집어서 접고 던질 수 있도록 애썼어요. 얼추 여섯 달쯤 이렇게 하니 왼손으로도 신문을 잘 집어서 접고 던질 수 있더군요. 2016.12.2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람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