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87. 2016.12.18. 유자씨
모과차를 담그려고 모과를 썰다 보면 참말로 ‘좋은 칼’을 써야 하고, ‘칼날을 늘 바짝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과를 썰 적에는 석 알쯤 썬 뒤에 숫돌로 칼을 갈고서 다시 썰곤 한다. 유자차를 담그려고 유자를 썰다 보면 참말로 ‘유자는 석석 잘 썰리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섣불리 칼질을 푹 하면 칼날이 쉬 나가고 만다. 왜냐하면 유자는 모과와 달리 매우 말랑하지만 씨앗은 단단하고 많으니까. ‘유자씨가 안 다치도록’ 칼질을 한다기보다 ‘칼날이 안 나가도록’ 칼질을 해야 하는 유자 썰기라고 해야지 싶다. 더구나 유자를 썰면 물이 많이 흐르고 씨앗도 곧장 바지런히 솎아야 하니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이 일을 하노라면 온몸에 유자내음이 되어 한동안 향긋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