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27. 저자마실
함께 저잣거리로 간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는다. 군내버스에서 흐르는 라디오나 대중노래 말고, 우리 마음을 적시는 노래를 미리 건사한 뒤에 저마다 귀에 소리통을 꽂아서 듣는다. 읍내에 닿아 우리 살림에 쓰일 여러 가지를 장만한다. 저마다 짊어질 수 있을 만큼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장만하면 좋을는지 미리 수첩에 적어 놓는다. 길을 가다가 문득 보았대서 함부로 집어들지 않는다. 철 흐름을 생각하고, 우리 살림을 살피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와서 꾸릴 이야기를 헤아린다. 마을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 두 아이는 서로 기대며 잔다. 이십 분 버스길은 짧지만 이동안 단잠을 누리면서 고이 쉰다. 2016.12.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