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플
우니타 유미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62



빈틈 많은 두 사람이 틈새로 엿본 마음

― 스토커플

 우니타 유미 글·그림

 김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08.12.26. 8000원



  우니타 유미 님이 빚은 만화책 《스토커플》(애니북스,2008)은 마치 뒤를 몰래 캐거나 살피는 듯한 두 사람이 나와서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처음에는 ‘틈새쟁이’라고 할 만큼 틈새를 들여다보며 놀기를 좋아하는 사내가 나옵니다. 이녁은 남이 무어라 하든 말든 건물과 건물이 맞닿으려고 하면서 맞닿지 않아 생긴 조그마한 틈새에 고개를 들이밀고 쳐다보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얼결에 드러나는 속내를 틈새 엿보기로 즐긴다고 할까요.



틈새를 지나가는 약 1초 정도의 순간, 나는 주시한다 늘씬하고 귀여운 애가 천천히 걷고 있는지, 뚱뚱하고 귀여운 애가 고속이동하고 있는지. 틈새로밖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다. (13∼14쪽)


가만 생각해 보면 이쪽에서 엿볼 수 있다는 건 저쪽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소리다. 틈새란 그런 것. 그걸 깨닫지 못한 내가 멍청했던 거지. (24쪽)



  틈새쟁이 사내는 어느 날 이웃집 아가씨를 봅니다. 여느 날처럼 그냥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내다보는데, 문득 이웃집 커튼 사이로 속옷 차림 아가씨가 움직이는 모습을 봅니다. 아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이었으나, 틈새쟁이 사내는 짧은 동안 스쳐서 지나가는 이웃집 아가씨를 엿보는 재미를 새롭게 붙였고, 날마다 엿볼 수는 없어도 이렇게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가슴속에 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이웃집 아가씨도 건너편 사내를 커튼 틈새로 엿보아요. 게다가 이웃집 아가씨는 그냥 엿보지 않습니다. 사진기로 이웃집 사내 몸짓을 하나하나 담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몸짓도 바보스러운 몸짓도 아주 재미있어 하면서 사진으로 찍지요.



엿보기만 하던 상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반응할까? 아니, 엿본 것부터가 정상은 아니지만, 식당이 텅텅 비었는데 왜 하필 이 자리야? (61쪽)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틈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틈새가 없는 사람이란 없지 싶어요. 우리한테는 틈도 사이도 틈새도 있기 때문에 서로 어우러질 수 있지 싶어요. 이른바 ‘빈틈없는’ 사람이라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을 테니 좀처럼 사귈 수 없다고 할 만해요. 틈새가 있기에, 빈틈이 있기에, 그러니까 허술하거나 모자란 대목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 한결 더욱 아끼거나 보살피려는 마음을 북돋우면서 사귈 수 있지 싶습니다.



“줌을 못 쓰겠다면 다가오면 되지.” “아, 그렇구나.” (196쪽)


“아하하, 누구에게나 빈틈을 보이는 게 아니랍니다.” (199쪽)



  멀어서 안 보이기에 사진기 줌렌즈를 쓰고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줌렌즈를 쓴다고 해서 잘 보이지는 않아요. 줌렌즈를 쓰더라도 목소리를 못 듣고, 숨결을 못 느껴요. 줌렌즈를 내려놓고 가만히 다가서면, 목소리를 듣고 숨결을 느낄 뿐 아니라, 무거운 사진장비 하나도 없이 서로 마주보면서 따사로운 마음이 흐를 만합니다.


  나는 너한테 틈을 주면서 다가섭니다. 너는 나한테 틈을 주면서 다가옵니다. 우리는 서로 틈을 마련해서 이 틈에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넣습니다. 우리는 다 같이 틈을 내어 만나고, 틈을 빚어 어울리며, 틈을 지어 살림을 노래해요. 틈이 있기에 함께 있고, 틈이 있으니 어깨동무를 하지요.


  아주 작은 틈이라 하더라도 다 좋아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틈을 내면 돼요. 아주 조그마한 틈이라도 서로서로 다가서는 길목으로 맞닿아요. 사랑이라는 마음이기에 허술하거나 모자란 틈을 따사로이 보듬으면서 더욱 아름답고 즐거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2016.12.2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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