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된장국이었는데



  아침에 된장국을 끓이려고 무를 썰고 감자를 썰고 당근을 썰고 양파를 썰고 마늘을 다지고 배춧잎을 다섯 장 뜯습니다. 소고기하고 버섯은 헹구어서 말린 뒤 물을 끓입니다. 소금은 따로 안 넣고 된장을 미리 풀어놓습니다. 국이 펄펄 끓을 즈음 소고기하고 버섯을 넣은 뒤, 큰파랑 깻잎을 썰어서 느즈막히 넣습니다. 잘 끓는 물에 미리 풀어놓은 된장을 부어서 살살 젓고 나서 간을 봅니다. 아, 맛 좋네, 누가 이렇게 된장국을 잘 끓이나, 하고 생각합니다. 무가 보글보글 끓는 물에서 속살을 말갛게 드러낼 즈음 불을 끕니다. 잘 끓였구나 하고 여기며 개수대를 치우고 뒤를 돌아보는데, 어라, 아까 뜯은 배춧잎이 그대로 있네요. 아차, 배추된장국을 끓이려 했으면서 배추를 미처 안 넣었네요. 허허, 그래도 간이 잘 맞고 맛은 좋으니 이 배춧잎은 다음에 된장국을 덥힐 적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016.12.21.물.ㅅ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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