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시금치볶음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요리책을 살피면서 배웁니다. 이웃 누리집을 둘러보면서 배웁니다. 어릴 적 어머니 손끝을 떠올리면서 배웁니다. 모처럼 아이들 할머니 집에 나들이를 가서 가만히 맛을 보며 배웁니다. 때때로 바깥밥을 먹을 적에 밥집 밑반찬을 오물오물 천천히 씹으며 배웁니다. 그리고 스스로 해 보면서 배웁니다. 스스로 지은 밑반찬을 집식구가 먹으며 어떠한 얼굴을 하는가를 살피면서 배웁니다. 나 스스로 내가 지은 밥을 먹으면서 곰곰이 되새깁니다. 아침 일찍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가기 앞서 새우시금치볶음을 합니다. 시금치를 손질하고 당근을 먼저 썰어서 익힌 뒤에 양념을 하며 볶아서 그릇에 담기까지 이십오 분쯤 걸립니다. 얼마 안 걸렸어요. 이동안 빨래는 빨래기계가 해 주었고, 이틀 동안 세 사람이 이 밑반찬을 맛있게 먹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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