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두사람 2
요시다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59



서로 이웃이 되는 길

― 일하지 않는 두 사람 2

 요시다 사토루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10.31. 5000원



  서로 이웃이 되려면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합니다. 옆집에 살기에 이웃이 되지 않아요. 옆집에 살면 그저 ‘옆집 사람’일 뿐이에요. 옆집에 사는 사람이라는 자리를 넘어서 ‘이웃’이 되려면 나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서야 해요. 옆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두려워하거나 멀리하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야 하고, 옆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따스히 반기거나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하지요.



“그보다 너, 오늘은 빈손으로 온 거야?” “응? 빈손?” “우리 여동생은 완전히 널 매번 뭘 가져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데.” (9쪽)


“오늘은 2월 22일이야.” “오. 그렇구나. 네 생일이었어.” “맞아, 생일이야.” “생일 축하해. 하루코.” “고마워.” “좋아, 그렇다면 이 오빠가 특제 미로를 그려서 너한테 선물해 주지.” “뭐?” (23쪽)



  ‘내가 이만큼 해 주었는’데 어떻게 그 사람들이 나하고 이웃이나 동무가 안 되느냐고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을 해 주든 저만큼을 해 주든 대단하지 않아요. 옆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마음이 느긋하지 않’으니 이웃이 될 틈을 줄 수 없습니다. 옆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마음이 즐겁지 않’기에 이웃이 될 겨를을 줄 수 없어요.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둘째 권을 읽으면서 이 대목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일하지는 않는 두 사람인데, 이 두 사람한테 다가서고 싶은 사람이 둘 있어요. 한 사람은 그저 그이 여느 모습이나 몸짓대로 다가섰다가 그만 동생을 깜짝 놀래킵니다. 이녁으로서는 아무 짓을 안 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동생으로서는 너무 놀랄 만한 모습이나 몸짓’이었거든요.



‘옆집에 사는 바보 남매를 바라보면서 오늘도 잠이 든다. 예민한 성격이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계속 고민이었다. 그날에 있었던 사소한 일이 신경 쓰여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에 이사 와서 내 고민은 해결되었다. 일도 안 하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만 하는 나날, 그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부질없게 느껴져, 바로 잠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30∼31쪽)



  옆집에 있는 두 남매한테 다가서고픈 옆집에 사는 사람도 다른 한 사람하고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그저 두 남매 가운데 한 사람이 쓰레기를 마을 한쪽에 내놓으려고 나왔기에 가만히 인사만 했을 뿐인데 둘 모두 놀라요. 그런데 옆집에 사는 사람은 다른 한 사람(오빠하고 동무인 사람)보다는 더 마음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이 남매가 이 작은 인삿말에도 움찔하면서 놀라는 까닭을 헤아려 보고, 더 부드럽게 다가설 길을 생각해 보지요. 이제껏 서로 모르던 낯선 사이였으니, 처음으로 다가서려고 할 적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살핍니다.



“쿠라키 씨, 요즘 표정이 부드러워졌네?” “아, 그런가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겠지?’ “남동생과 여동생 삼고 싶은 사람이라면 생겼어요.” (103쪽)


“여동생도 오빠 말고 다른 사람과 놀기도 하는구나. 나도 가능성이 있을까? 같이 게임하고 싶다. 게임은 해 본 적도 없지만.” (106쪽)



  두 남매를 옆집에 두고 지켜보는 사람은 ‘사회에서 보자면 바보 남매’인 두 사람을 ‘좋은 동생으로 삼고 싶은 두 사람’으로 여깁니다. 아껴 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하고, 돌보아 주고 싶은 마음이 흐른다고 해요.


  아마 이러한 착한 마음이 되기에 이제껏 낯선 사람이었을 누구한테 가만히 다가설 숨결이 싹틀 수 있구나 싶어요. 이제껏 살며 낯도 이름도 몰랐고 알 까닭도 없던 사람한테 한 걸음씩 다가서면서 이녁 스스로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날 수 있어요. 이제껏 회사에서 늘 딱딱한 낯빛이었다지만, ‘이웃집 두 남매’를 따사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길을 스스로 키우면서 ‘부드러운 낯빛’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 나오는 어머니랑 아버지는 어느 한켠으로는 두 아이를 걱정하지만, 곰곰이 살피면 ‘이 두 아이는 노상 아이로구나’ 하고 늒면서 마음을 놓기도 해요. 아이다운 마음인 두 사람은 참말로 착하면서 싱그럽게 하루를 기쁘게 누리거든요. 그러니 이 두 사람하고 이웃이나 동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천천히 하나둘 생길 만하지 싶어요.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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