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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 - 엄마는 편하고 아이는 책과 가까워지는
박지현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11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281
아이한테는 ‘재미있는’ 책하고 ‘재미없는’ 책만 있다
―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
박지현 글
예담friend 펴냄, 2016.11.21. 15000원
오늘날에는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라면 으레 그림책을 장만하기 마련이에요. 지난날에는, 이를테면 1970년대 무렵만 하더라도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히는 집은 매우 적었어요. 1960년대를 헤아리자면 그무렵에는 어린이책이라고는 더더욱 적었고, 1950년대나 1940년대에는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면서 가르친다는 생각은 거의 못 했으리라 느껴요. 그만큼 한국은 어린이책이나 그림책 발자취가 짧아요.
곰곰이 돌아보면 저는 1980년대 첫무렵에 어린 나날을 보냈는데요, 저는 그무렵에 그림책을 한 권도 본 적이 없어요. 그때에는 ‘그림책’이라는 말도 몰랐고, ‘어린이책’이라는 말도 몰랐어요. 동화책하고 동시집이라는 이름만 들었어요. 그림이 제법 실린 동화책은 조금 보았지만, 책은 얼마 읽지 않고 골목이나 운동장이나 바닷가에서 뛰놀기에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로 접어들고 1990년대에 이르면서 비로소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이 부쩍 나왔습니다. 2000년대 즈음부터 ‘한국스러운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이 빛을 보면서 자리를 잡으려 했고, 이제는 나라밖 아름다운 그림책이 무척 많이 한국말로 나오고, 한국스러운 창작 그림책도 꽤 많이 나온다고 느껴요.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야’, ‘내가 봤던 거잖아’, ‘나도 비슷하게 느꼈어’ 이런 생각을 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39쪽)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가 가장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로 이야기를 끝낼지 모르겠다는 것. (49쪽)
박지현 님이 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예담friend,2016)는 오늘날 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나는 어머니’한테 길잡이 구실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짝을 만나 한 집안을 새로 이룬 뒤,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아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예쁘게 잘 돌볼 수 있을까를 헤아리는 어머니한테 그림책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일이란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니라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다. (68쪽)
지난날에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드물었기에 어떤 책이 있는가를 알아야 했다면, 오늘날에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 많은 책 가운데 알짜를 가리거나 추려야 한다고도 여길 수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살핀다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는 나이에 맞추어 아이하고 어떤 그림책을 함께 나눌까 할 적마다 도움을 받을 만해요.
그리고 그림책 함께 읽기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한테 기쁨처럼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참으로 그래요. 그림책도 어린이책도 ‘어른이 되어 처음 읽는’ 분이라면 어떻게 읽어 주어야 할는지 모르기 마련이고 낯설 테지요.
부모에게는 그림책이 과학동화, 수학동화, 명작동화, 창작동화 등으로 나뉘지만 아이들에겍 책은 오로지 두 가지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181쪽)
아이들은 두 가지 책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재미없는 책은 안 읽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요. 어른이 보기에 뜻깊고 알찬 책이라 하더라도 아이한테 재미없으면 아이는 손을 안 뻗어요.
이때에 어른들은 ‘재미는 있되 줄거리도 이야기도 없구나 싶은 책’에 아이들이 빠져들면 걱정을 할 수 있어요. 걱정이 되겠지요. 더욱이 참말로 ‘가벼운 재미만 다루는 장삿속 어린이책’도 꽤 있거든요. 학습효과(교과서 진도에 도움이 된다는)만 노리면서 가벼운 재미로 다가서는 참고서도 많고요.
이런 책바다에서 아이하고 즐겁게 생각을 북돋우며 하루를 즐기려는 이야기를 다룬 책을 찾아나서자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를 곁에 둘 만합니다. 요모조모 알찬 그림책을 잘 추리고 보여주거든요.
사실 부모들이 만화책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문학적 사고력고가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만화책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화책 한 권을 탈탈 털어 보시라. ‘앗!’, ‘으악’, ‘으아아아’, ‘쩌억’, ‘뿌직’, ‘팍’ 등과 같은 짧은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을 뿐 긴 문장이 별로 없다. (267쪽)
그런데 이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는 아쉽구나 싶은 대목도 눈에 뜨입니다. 글쓴이는 만화책을 두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딱 잘라서 말해요. 그렇지만 모든 만화책이 글쓴이 말처럼 “짧은 의성어나 의태어”만 담지 않습니다. 적잖은 만화책은 ‘숨이 긴 글월’이 담깁니다. ‘이야기가 아름다운’ 만화책도 많아요.
어느 모로 본다면 지난날에는 그림책을 퍽 얕잡거나 낮잡는 흐름이 있기도 했습니다. ‘말은 몇 마디 없이 그림만 큼직하게 실려서 아이들이나 본다’면서 다른 책보다 그림책이 마치 낮은 자리라도 되는 듯 여기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그림책에는 나이나 국경이나 성별이나 계급을 모두 뛰어넘는 깊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림책은 너덧 살 아이만 읽지 않아요. 너덧 살 아이부터 모든 어른이 읽을 수 있기에 그림책이지요.
만화책도 이와 같습니다. 어설프거나 너무 가볍기만 한 만화책은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짜고 잘 빚으며 잘 그린 만화책은 아이를 비롯해서 어른한테도 두루 도움이 되어요. 나이가 많이 어린 아이들한테는 어렵지만 《쥐》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만화책은 푸름이한테 오랜 명작으로 꼽힙니다. 이희재 님이 빚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글 문학’이 선보이지 못하는 ‘만화 문학’을 새롭게 보여준다고도 해요. 데즈카 오사무나 타카하시 루미코 같은 일본 만화가는 빼어난 상상력과 창작력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꿈과 사랑을 재미나면서도 그윽하게 베푸는 만화책을 그렸어요.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은 ‘사회가 깔보는 그림책’을 ‘다른 책하고 같은 자리’에 놓으면서 아이랑 어른이 함께 사랑하도록 몹시 애를 썼어요. 이러한 땀방울을 찬찬히 살피면서 앞으로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우리 어른들이 새롭게 살피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읽는 길도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이때에 비로소 “그림책 육아”뿐 아니라 “만화책 육아”도 즐겁게 할 테지요. 2016.12.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