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 아무 책
어떤 책이든 읽으면 돼요. 다만 아무 책이나 읽으면 안 돼요. 어떤 글이든 쓰면 돼요. 다만 아무 말이나 쓰면 안 되지요. 어떤 말이든 하면 돼요. 그러나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어요. 어떤 밥이나 먹어도 돼요. 그렇지만 아무 밥이나 먹을 수 없어요.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잘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아무 데에서나 잘 수 없어요. 어떤 사랑이든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아무 사랑이나 아름다울 수 없고, 어떤 길이든 씩씩하게 가면 되는데 아무 길이나 가면 망가져요.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일 뿐 아니라, 아 다르고 어 다른 삶이에요. 우리는 ‘어떤’ 것이든 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 힘하고 슬기가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 데에나 마음을 빼앗기면 와르르 무너지지요. 2016.12.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