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도서관학교 일기 2016.11.2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집 뒤꼍에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나무 둘레에서 초피나무가 싹이 텄습니다. 몇 해를 지켜보니 앙증맞은 어린나무가 됩니다. 이 어린나무를 큰 감나무 밑에 둘 수 없습니다. 초피나무가 살 수 없기도 할 테지만, 감나무한테도 안 좋을 테니까요. 어린 초피나무를 호미로 살살 긁어서 뿌리를 뽑습니다. 초피알에서 싹이 튼 이 어리고 멋진 아이들을 도서관학교로 옮기기로 합니다. 아무리 어려도 똑같은 나무이니, ‘다섯 그루’를 뽑아서 호미로 옮겨심습니다. 세 그루는 내가 심고, 두 그루는 큰아이가 심습니다. 우리 도서관학교는 올해로 열 살이지만, 고흥에서는 여섯 살입니다. 아직 퍽 어립니다. 어린 도서관학교에 어린나무 다섯 그루는 잘 어울릴 테지요. 걸거칠 것이 없는 너른 자리에서 어린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빕니다. 나무 옮겨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아이가 생쥐 한 마리를 봅니다. 죽은 채 논둑에 있습니다. 큰아이 손바닥으로도 움켜쥘 만큼 자그맣습니다. 마치 잠든듯이 꿈꾸는듯이 죽은 생쥐를 살며시 들어 대숲으로 옮겨 줍니다. 가랑잎으로 덮어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