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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평점 :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75
그냥 책이 좋아 금호동에 마을책방을 열다
― 되찾은: 시간
박성민 글
책읽는고양이 펴냄, 2016.11.20. 13800원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자그마한 책방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2015년 1월에 문을 열었고, 오늘도 그 자리에서 즐겁게 하루를 연다고 합니다. 이 작은 책방은 〈프루스트의 서재〉이며, 책방지기는 책방읽기를 되도록 날마다 쓰려고 했대요. 비록 책방일기를 날마다 쓰지 못했으나 2015년 한 해 동안 마을에서 조그맣게 연 책방을 돌본 살림을 《되찾은: 시간》(책읽는고양이,2016)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이 가게를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14쪽)
책을 사고파는 것을 떠나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안부를 묻는 것 같다. (32쪽)
책방지기 박성민 님은 “되찾은: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시간을 되찾았다고 하는데, “되찾은:”처럼 말소리를 길게 늘입니다.
무엇을 되찾았을까요. 그동안 무엇을 잃고 지냈기에 책방지기로 한 해를 보내면서 시간을 되찾았다고 말할까요. 이제 2015년은 다 지났고 2016년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는데, 두 해 동안 책방을 돌본 나날은 책방지기 박성민 님한테 ‘어떤 삶을 되찾도록 도와준 날’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는 온라인이 값싸고 편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는 것이다. (68쪽)
카드 서명을 해 달라고 했을 때 아저씨는 어쩔 줄 몰라했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손가락을 두 개 잃었다. 대신 내가 손가락으로 원을 두 번 그려 서명을 했는데 아저씬 가장 아름다운 서명을 봤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나의 낙서가 아저씨에겐 가장 아름다운 서명이 되었다. (139쪽)
책방지기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책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책을 좋아해 주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틀림없이 ‘인터넷’ 나들이가 아닌 ‘두 다리’ 나들이로 책을 만나고 싶어 하리라 여깁니다. 그저 책을 좋아해 주면서, 이 마음 그대로 삶을 사랑하면서 책 한 권에서 기쁨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고 보면 ‘인터넷 아닌 두 다리 나들이’로 책방을 찾아올 낯선 책손을 기다리려는 마음으로 서울 금호동 한켠에 자그맣게 책방을 열 수 있었을 테지요. 책방지기 스스로 조용히 책을 좋아하고, 금호동에 사는 마을 이웃님이 책을 좋아해 주며, 다른 마을이나 고장에 사는 분들이 나긋나긋 서울 금호동으로 책방마실을 오면서 책이 참 좋네 하는 마음이 되어 주기를 바라지 싶습니다.
동네에서 책방을, 인문학 서점을, 중고책을 다루는 것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좋기 때문이다. 그냥 좋다. 나에게 맞다. (180쪽)
시에서 도서관의 확충과 재정을 지원한다면, 도서관은 지역서점을 통해 책을 구비할 것이고, 지역 서점은 안정적으로 다양한 출판사의 책들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서점을 살리는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책이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236∼237쪽)
《되찾은: 시간》이라는 책방읽기를 쓴 책방지기 박성민 님은 수수하고 투박하게 ‘좋다’ 한 마디를 들려줍니다. 책방을 연 까닭은 “책방이 좋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다른 까닭이 없다고 합니다. 대단하거나 으리으리하거나 멋들어진 까닭이 아니라, “그냥 (책이) 좋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책방을 열었다고 해요.
이렇게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어 마을책방(지역서점)을 꾸리다 보니, 마을책방을 살리는 길도 저절로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 ‘내 삶터나 일터하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책방마실을 다니면 마을책방은 저절로 살아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대단한 정책이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사랑스레 깃든 책터를 바라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찾을 수 있다면 참으로 시나브로 마을책방이 살아나리라 생각해요.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쁘다. 먼 걸음으로 찬바람을 헤치고, 낯선 동네의 풍경을 눈길로 보듬고 와 줘서 고맙다. 따뜻한 차 한 잔에 묵은 이약기를 풀어낼 때 나의 안부를 너에게 묻고, 너의 안녕을 나에게 답해 주어서 좋다. 내가 바라는 것, 이 순간에 다 있다. (245쪽)
책방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손님이 있습니다. 디지털이나 인터넷이 춤추는 오늘날에도 잊지 않고 종이책을 읽어 주는 이웃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파트가 크게 올라서더라도 조그맣게 자리를 가꾸면서 문을 여는 마을책방이 있습니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더 똑똑해지지 않겠지요? 더 커다란 책방이 들어서야 마을이 더 살아나지 않겠지요? 책 한 권으로도 마음이 넉넉할 수 있어요. 작은 마을책방 한 곳으로도 마을살림이 곱게 피어날 수 있어요. 《되찾은: 시간》이라는 책방일기는 아주 넌지시 살그마니 슬쩍 조용히 얌전히 가만가만 빙그레 책노래를 부르는구나 싶습니다. 고흥에서 서울로 마실을 가는 길에 넌지시 살그머니 슬쩍 조용히 얌전히 가만가만 빙그레 시골노래를 부르며 책방마실을 해야겠습니다. 2016.11.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을 말하는 책/책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