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무는 빛살



  가을이 저무는 십일월 끝자락 빛살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늦가을 빛살이 스며드는 나무마다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한참 지켜본다. 그리고 살몃살몃 다가서서 큰나무를 타고 오르던 덩굴을 모조리 걷어냈고, 뿌리 언저리에 있던 덩굴뿌리까지 호미랑 낫으로 샅샅이 파낸다. 이렇게 해도 이듬해 봄에 새로 덩굴줄기가 타고 오를는지 모른다. 그때에는 그때대로 빙그레 웃으면서 “얘들아, 너희가 우리 나무를 또 감고 오르려 하면 또 너희는 내 낫질하고 호미질에 잘려서 나무를 살찌우는 거름이 된단다.” 하고 얘기해 줄 테지. 눈부신 가을빛을 지켜볼 날이 며칠 안 남는다. 2016.11.2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