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31] 길죽음



  찻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에요. 찻길은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이기도 하고, 들짐승이나 숲짐승이 오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해요. 이러다 보니 찻길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많고, 들짐승이나 숲짐승도 그만 찻길에서 다치거나 죽어요. 찻길을 건너야 하는 사람을 찬찬히 살피면서 자동차를 천천히 몰거나 멈추는 이가 있지만, 사람이나 짐승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빠르게 내달리는 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길에서 죽는 짐승을 두고 영어로는 ‘road kill’이라고 해요. 이 영어를 한국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 한글로 ‘로드 킬’이라 하기도 하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길에서 죽다”를 줄여서 “길 + 죽음” 얼거리로 ‘길죽음’처럼 새 낱말을 지을 만해요. 먼 길을 가는 사람을 두고 ‘길손’이라 해요. 먼 길을 함께 가는 사람을 가리켜 ‘길동무’라 하지요. 한꺼번에 죽기에 ‘떼죽음’이고, 갑자기 죽기에 ‘갑작죽음’이에요. 그러니 ‘길 + 죽음’으로 짓는 말마디는 잘 어울려요. 다만 길에서 죽는 짐승이 더 늘지 않기를 바라요. ‘길죽음’이 아닌 ‘길살이’나 ‘길살림’을 살피기를 바라고, ‘길놀이’를 넉넉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11.2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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