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러진다



  오늘은 작은아이를 이끌고 집 뒤쪽으로 가서, 뒷문 두 군데를 손질합니다. 한쪽 뒷문은 앞뒤로 창호종이를 새로 바릅니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이라 집 뒤쪽에는 해가 들지 않으니 제법 춥습니다. 작은아이는 뒷문 한쪽에 풀을 바르고 종이를 붙이는 아버지를 알뜰히 도와줍니다. 이러고서 다른 뒷문 안쪽에는 두꺼운상자를 펼쳐서 받친 뒤에 널을 둘 대고는 커다란 나무로 문을 눌러서 안 열리도록 해 놓습니다. 뒷문 두 군데를 이렇게 하니 집안이 한결 따스합니다. 어제는 헛간 문을 새로 짜려고 나무질하고 못질을 했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집일을 건사하는데, 하루에 한 가지씩 몇 시간 말미를 내어 몸을 쓰다 보면 저녁 즈음이면 ‘으스러지네’ 하고 느껴요. 그렇지만 밤에 아이들하고 함께 곯아떨어지고 새벽에 이르면 어느새 이 몸이 말끔히 낫습니다. 새 하루에는 새로운 몸으로 새 일거리를 잡을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지난날 이와 같으셨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김치를 담글 적에도, 칼을 쥐고 부엌일을 할 적에도, 어머니 손끝하고 할머니 손길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내 몸에 흐르는 오래된 핏줄을 되새깁니다. 2016.11.2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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