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도서관학교 일기 2016.11.2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학교 앞마당은 운동장입니다. 이 운동장에 예전에 어떤 나무를 잔뜩 심은 분이 있습니다. 나중에 나무이름을 알았는데 ‘유칼립투스’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몰랐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이 나무가 한창 잎이 짙푸를 적에는 냄새가 얼마나 그윽한지 몰라요. 비록 아무렇게나 몰아서 심었다고 하더라도 유칼립투스는 우리 마을에 매우 고운 숨결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도서관학교 앞마당에서 느긋하게 자라던 유칼립투스 몇 그루를 모질게 베었습니다. 우리가 도서관학교에 없는 사이에 몰래 베었어요. 틀림없이 이 마을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한 짓이겠지요.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모르니 그냥 베었을 테고, 이 나무는 우리를 괴롭힌 일도 없는데 뭔가 성풀이를 하려고 나무를 괴롭혔구나 싶어요. 남몰래 훔칠 적에도 도둑질이지만, 남몰래 나무를 괴롭힐 적에도 도둑질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바보가 되는 도둑질이 사라지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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