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별이 따뜻한책 4
한성원 그림, 전정숙 스토리 / 어린이아현(Kizdom)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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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는 ‘어린 개’를 품어 줄 수 있을까

― 딸기 별이

 전정숙 이야기

 한성원 그림

 어린이아현 펴냄, 2016.8.25. 14500원



  두 마리 강아지가 있다고 합니다. 한 마리는 어느 한 집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은 강아지로, 이제 제법 늙은 개가 되었다고 해요. 오래도록 사랑을 혼자 차지하던 늙은 개는 무척 어린 강아지를 만납니다. 저 하나만 바라보며 사랑해 주던 집임자가 새로운 강아지를 이 집에 데려왔거든요.


  여태 혼자서 지내던 개 한 마리는 새로 찾아온 개 한 마리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서로 맞잡이로 여겨서 으르렁거려야 할까요, 아니면 새로 들어온 여리고 작고 어린 강아지한테 이모저모 가르치거나 알려줄 수 있을까요?


  두 마리 강아지는 한집에서 사이좋은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마리는 늙은 개요, 다른 한 마리는 어린 개라 하더라도, ‘나이를 넘어’ 서로 아끼면서 돌볼 수 있어요. 그러나 두 마리 강아지는 ‘한집에 한 마리만!’이라고 못을 박으며 서로 물고 할퀴면서 다툴 수 있어요. 사람 사이에서도 이와 같아요. 여태 모든 권리를 실컷 누리던 한 사람은 다른 여리고 작고 어린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어요. ‘내 것’을 ‘둘로 갈라서 나누어야’ 하니까 말이지요.


  전정숙 님이 이야기를 짓고, 한성원 님이 이 이야기를 오로지 그림으로 펼쳐서 들려주는 그림책 《딸기 별이》(어린이아현,2016)가 있습니다. ‘딸기’는 여덟 해 동안 한집에서 사랑받은 개라 하고, ‘별이’는 여덟 해 만에 새로 그 집에 들어온 작고 어린 개라고 합니다.


  두 마리 개는 어떤 사이로 지낼까요? 두 마리 개는 날마다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요? 두 마리 개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오순도순 지내는 길을 슬기롭게 갈 수 있을까요? 두 마리 개는 서로 다투고 으르렁거리다가 사람(집임자)한테 꾸지람을 들으면서 더 서로를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될까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처음 ‘딸기’를 데려왔던 날, 잠자다가 깬 아들이 한 말은 “자다가 깼더니 천국이네.”였습니다. 3개월 때 왔던 딸기가 어느새 여덟 살. 딸기가 낳은 새끼 별이도 벌써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온종일 식구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둘을 보면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철부지였던 딸기는 새끼가 생기고부터는 장난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악착같이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또 다른 강아지’ 별이 앞에서 늘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는 쪽을 택하는 어미 딸기를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야기 지은이 말)



  그림책 《딸기 별이》를 이루는 이야기를 지은 전정숙 님은 스스로 겪은 ‘두 마리 개’하고 얽힌 삶을 풀어내었다고 합니다. 열두 해 동안 두 마리 개하고 지낸 나날을 돌이키면서, ‘사람이 쓰는 말’을 모두 내려놓고는 ‘오직 개 사이에 흐르는 마음’만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지었다고 해요.


  여덟 해 동안 혼자 사랑을 받던 개(딸기)한테 작고 어린 개(별이)가 찾아온 지 다섯 해가 흘렀다는데, 이동안 딸기라는 개하고 별이라는 개 사이에 어떤 삶이 샘솟았는가 하는 대목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이웃을 아끼고 살피는 마음을 짚어 보려 했구나 싶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뒤 동생한테 마음을 많이 쓰고 이모저모 챙겨야 하는 언니가 되는 아이 마음을 헤아리듯이, 두 마리 개 사이에서도 이모저모 마음을 쓰고 챙겨야 하는 살림을 ‘말 없는 그림책’으로 잔잔하게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가만히 보면, 사랑이란 온갖 말로도 이루지만, 아무 말 없이 따사로이 보듬는 마음결로도 이루어요. 온마음을 실은 넉넉하며 포근한 말 한 마디로 사랑을 이루고, 그저 온마음으로 웃고 노래하는 몸짓으로 너그러이 사랑을 이룹니다. 2016.11.2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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