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책선물



  엊저녁부터 큰아이 몸이 뜨겁습니다. 한밤을 지나고 아침을 맞이하니 뜨거운 기운이 가라앉습니다. 아침에 함께 집안을 치우고 고구마를 씻어서 냄비에 올릴 즈음 큰아이는 다시 몸이 뜨겁습니다. 모과차를 끓여서 먹이고 낮잠을 재웁니다. 이동안 작은아이도 함께 누워서 콜콜 잠듭니다. 바다로 나들이 가고 싶다던 작은아이는 아픈 누나 곁에서 고이 잡니다. 나는 두 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며 함께 누웠다가 덩달아 잠듭니다. 이러다가 누군가 마루문을 드르륵 열고 뭔가를 툭 내려놓는 소리를 듣습니다. 큰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는 “택배야!” 하고 알려줍니다. 응? 너 괜찮니? 다 나았니?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를 보니, 책꾸러미가 셋. 여러 이웃님이 보내 준 책선물이 한날에 함께 왔습니다. 봉투하고 상자를 천천히 끌르면서 생각합니다. 책을 꺼내어 마루에 놓은 뒤, 마당에 내려서서 이불 빨래를 뒤집어 해바라기를 시키며 거듭 생각합니다. 고운 손길로 날아온 고마운 책을 곱다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쓰는 책도 이 상냥한 이웃님들한테 살그마니 선물로 띄워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큰아이는 책선물 가운데 하나인 그림책 《이리 와!》(분홍고래 펴냄)를 읽은 뒤에 다시 자리에 누워 몸을 쉽니다. 2016.11.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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