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서관학교 일기 2016.11.1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오늘 나는 오늘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살림을 짓습니다. 어제하고 다르면서, 어제랑 오늘을 거쳐 모레로 나아갈 길목에서 살림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오늘을 누리는데, 내가 이곳에서 오늘을 느껴도, ‘오늘을 느끼는 때’에 곧바로 이 오늘은 어제가 되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어제(지난날)가 될 날’을 바로 ‘오늘 이곳에서 짓는’ 셈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런 오늘 나는 도서관에 아이들을 이끌고 찾아와서 바느질을 합니다. 며칠 동안 서울마실을 하며 지친 몸을 달래는 데에는 얌전히 앉아서 조용히 손가락을 놀리는 바느질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도서관 둘레 풀밭을 마음껏 밟고 꽃삽으로 파헤치기에 재미나고, 아버지하고 공놀이도 하다가 숨을 돌리면서 상자집에 들어가서 만화책을 펴며 신납니다. 집에서 챙긴 감을 넉 알 썰어서 접시에 담아 내미니 씨앗만 남기고 말끔히 다 먹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인 2016년 11월 12일은 서울에서 대단한 촛불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11월 11일까지 서울마실을 마치고 그날 밤에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루 더 있을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나 나흘 동안 길에서 보내기에는 그리 만만하지 않아요. 이날(오늘)에 맞춰 시골에서 서울로 찾아와 촛불을 들 분이 무척 많기도 할 테지만, 나는 서울마실을 하며 만난 두 군데 헌책방하고 한 군데 인문사회과학책방 이야기를 갈무리하기로 합니다. 요즈음 부쩍 눈길을 받는 독립책방과 달리 오랫동안 오직 책 하나를 바라보며 책살림을 가꾼 이웃님들 손길하고 꿈을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이 고즈넉한 시골에서 신나게 뛰놀 터전을 슬기롭게 닦아서, 이 터전이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서 온누리 아이들한테 ‘숲책놀이터’로 이쁘게 거듭날 수 있는 길을 되새겨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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