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나온다



  먹으면 눈다. 먹는 대로 바깥으로 내보낸다. 먹기만 하고서 내보내지 않으면 몸에 잔뜩 갇히고 만다. 먹은 것을 몸에서 삭힌 뒤에 알뜰히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살면, 몸은 자꾸 무거워질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먹을 수 없다. 그런데 먹는 까닭은 누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고, 누는 까닭은 먹기 때문이 아니다. 몸을 살찌워서 힘이 솟도록 하는 까닭은, 이 몸으로 이 땅에서 짓고 싶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 책을 읽었으니 이 느낌을 살려서 글을 쓴다. 읽고서 안 쓸 수 없다. 다만, 글을 쓰는 까닭은 앞서 읽었기 때문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거나 슬기롭거나 재미나거나 즐겁거나 놀라운 생각을 새삼스레 얻기 때문에 글이 저절로 흐른다. 마음으로 삭힌 이야기가 하나둘 글로 피어난다. 마음으로 가다듬거나 갈고닦은 이야기가 찬찬히 글로 날아오른다. 2016.11.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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