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열두 시에서 한 시로 넘어갈 즈음, 작은아이가 똥을 눕니다. 밑을 닦아 줍니다. 작은아이는 이제 똥그릇을 스스로 비울 줄 압니다. 그런데 곧 크게 우는 소리가 납니다. 작은아이가 뒷간에서 똥그릇을 비우다가 뭔 일이 생겼나 봅니다. 곁님도 큰아이도 무슨 큰일이 벌어졌는가 싶어서 마루문을 열고 내다보는데, 나는 문득 알아차립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작은아이는 울기만 했고, 한참 뒤에 뭔 일인가 하고 말을 하는데, 나는 일찌감치 알아차렸기에 ‘뒷간에 빠진 작은아이 똥그릇’을 건질 생각만 했어요. 처음에는 쉽게 건질 만하겠구나 싶더니, 뒷간에 빠진 똥그릇을 건지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몇 분 뒤에 손으로 건졌고, 잘 씻고 헹구었어요. 제 똥을 뒷간에 부으려 하다가 그만 똥그릇까지 빠뜨린 작은아이는 처음에는 마을이 떠나가라 울었지만, 그 뒤로는 생글생글 잘 울고 잘 놀아요. 요놈 보라지, 네 똥그릇은 네 손으로 네가 건질 수 있어야 하지 않아? 하고도 생각하다가 나 혼자 속으로 웃고 지나가기로 합니다. 얘야, 밥도 똥도 모두 네 몸을 거치는 흐름이야, 이 대목을 잘 헤아리렴, 그러면 돼. 2016.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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