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으로



  엊저녁에 반쯤 설거지를 마치고 새벽에 나머지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기운을 새로 내어 모든 설거지를 마칩니다. 이러고서 두 아이하고 가볍게 말놀이를 익히고는 먼저 자리에 눕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마하고 표고버섯을 물에 불립니다. 아침에 끓일 국을 생각하면서 국물을 우립니다. 엊그제부터 다시 마시마랑 표고버섯 국물을 우리는데, 한동안 이 국물을 안 우렸네 하고 깨닫습니다. 몸이 바빴나 마음이 바빴나, 아니면 다른 일에 몸도 마음도 빼앗겼나 하고 돌아봅니다. 며칠 앞서 새 스텐냄비를 하나 장만했고, 어제는 부엌칼도 새로 한 장만했습니다. 어느새 우리 집 부엌은 은빛이 넘실거립니다. 처음부터 모두 은빛(스테인리스) 살림이지는 않았고, 하나씩 둘씩 장만하다 보니 은빛 살림이 제법 늘어납니다. 부엌살림을 나무빛이나 은빛으로 돌볼 적에 정갈할 수 있는 줄 헤아린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곁님이 자꾸 일깨우고 가르쳐 주기에 비로소 이렇게 헤아립니다. 스스로 조금 더 마음을 쓰고, 손수 이것저것 더 새롭게 짓자는 생각을 고요히 마음자리에 심습니다. 2016.1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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