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도서관학교 일기 2016.11.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두 아이가 바지에 구멍을 냅니다.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바지에 구멍을 내요.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니 으레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데, 늦가을로 접어드는 터라 긴바지를 입고 놀다가 넘어졌기에 무릎보다는 바지 천이 찢어집니다. 먼저 흙바지를 잘 빨래해서 말립니다. 잘 마른 바지에다가 실바늘을 챙겨 도서관학교로 갑니다. 오늘은 풀베기를 멈춥니다. 바느질을 하기로 합니다. 손잡이 끈 이음새가 풀린 천바구니부터 기웁니다. 이러고 나서 큰아이 고양이바지를 기웁니다. 이동안 두 아이는 큰 상자에 그림을 그리느니 뭔가를 뚝딱거리느니 하면서 놉니다. 풀베기는 낫을 쥐고 온몸을 쓰는 일이라면, 바느질은 바늘을 쥐고 온마음을 쏟는 일입니다. 한 땀씩 천천히 기웁니다. 작은아이한테까지 작아서 못 입는 낡은 바지를 가위로 오려서 큰아이 고양이바지 무릎에 댄 뒤에 기웁니다. 큰아이는 두 무릎이 나갔으니 두 군데를 기워야 합니다. 한 군데를 다 기운 뒤 손을 번쩍 듭니다. 다 했다! 아니, 반을 했다! 슬슬 해가 기울고 저녁밥 지을 무렵입니다. 나머지는 이튿날 마저 하기로 하고 창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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