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723 : 은근슬쩍
은근슬쩍
→ 슬쩍
→ 슬그머니
은근하다(慇懃-) : 1. 야단스럽지 아니하고 꾸준하다 2. 정취가 깊고 그윽하다 3. 행동 따위가 함부로 드러나지 아니하고 은밀하다
은근슬쩍(慇懃-) : 은근하게 슬쩍
슬쩍 : 1. 남의 눈을 피하여 재빠르게 2. 힘들이지 않고 거볍게 3. 심하지 않게 약간 4. 표 나지 않게 넌지시
‘은근’이라는 한자말은 시끄럽지 않거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몸짓이나 모습을 가리킵니다. ‘슬쩍’도 이 같은 몸짓이나 모습을 가리켜요. ‘은근슬쩍’은 어느 모로 본다면 힘주어 가리키는 낱말일 수 있지만, 겹말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말에서는 ‘살짝’이라는 낱말을 힘주어 ‘슬쩍’으로 쓰거든요. ‘살짝’은 또 ‘살작’보다 센 낱말입니다. 뜻이나 느낌은 비슷하면서 세기나 깊이가 다른 ‘슬며시’나 ‘살며시’가 있고, ‘슬그머니’나 ‘살그머니’가 있으며, ‘살살·살살살’이나 ‘슬슬·슬슬슬’이 있어요. 이밖에도 말끝을 살살 바꾸면서 여러모로 재미나게 쓸 만합니다. 굳이 ‘은근슬쩍’ 같은 겹말을 안 써도 말느낌을 수없이 나타낼 만합니다. 2016.11.4.쇠.ㅅㄴㄹ
내가 그저 발 가까이 오도록 꼬이려고 은근슬쩍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 내가 그저 발 가까이 오도록 꼬이려고 슬쩍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는
→ 내가 그저 발 가까이 오도록 꼬이려고 슬그머니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는
《베른트 하인리히/정은석 옮김-홀로 숲으로 가다》(더숲,2016) 24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