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다치기



  낫을 숫돌에 갈 적에는 으레 손가락으로 낫날을 꾹 누르면서 비빕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실컷 풀을 벤 뒤 낫날을 세우려고 숫돌에 낫을 얹어서 가는데 살짝 뜨끔합니다. 뭔가 하고 손가락을 살피니 가운뎃손가락 첫마디 안쪽 한복판에 동그라미처럼 살점이 살짝 떨어졌습니다. 아차, 숫돌질을 하다가 그만 살점이 살짝 낫날에 물리면서 잘린 듯합니다. 따끔거려서 오른손으로는 낫 손잡이를 쥐고 왼손으로 낫날을 누르면서 마저 숫돌질을 합니다. 핏물이 몽글몽글 나옵니다. 핏물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피야, 이제 그쳐 주렴. 큰 생채기는 아니지만 뭔가를 쥐거나 들기에 번거롭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물을 만지기가 살짝 성가십니다. 이런 결에 큰아이하고 작은아이한테 작게 심부름을 맡깁니다. 우리 예쁜 아이들아, 이 일 좀 해 주련? 우리 착한 아이들이, 이 일 좀 도우련? 아이들은 아버지 손가락에 맺힌 핏망울을 보더니 씩씩하게 서글서글하게 야무지게 소매를 걷어부치고 일손을 거듭니다. 참으로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2016.1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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