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22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48



꿈에서 들여다본 속마음

― 경계의 린네 22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8.25. 4500원



  밤에 잠이 들면서 꿈을 꿉니다. 꿈을 안 꾸는 사람도 있을 텐데, 지난밤 문득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꿈을 꾸려고 하지 않기에 꿈을 안 꿀 수 있고, 꿈을 생각하지 않으니 꿈을 안 꿀 만하겠다고. 그리고 꿈을 꾸려고 하기에 꿈을 꾸지만, 어떤 꿈을 꾸려는가 하는 생각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꿈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스스로 알 수 없겠다고.



‘후우, 내 인생에, 1억이라는 터무니없는 단어를 쓸 날이 올 줄이야.’ … “나도 양심은 있어! 너희들도 100만 엔 정도는 나눠 줄게!” ‘100만 엔 정도? 아아, 두 번이나 내 입에서 이런 여유 넘치는 말이 나오다니.’ (56∼57쪽)


“어쩐지 엄청 화가 난 것 같은데.” “이거 좀 성가시겠어. 왜냐하면 나무의 정령은 신에 가까운 존재거든.” (69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6) 스물둘째 권에서는 꿈에서 겪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꿈이기에 ‘꿈 아닌 삶’에서는 들여다보거나 느끼지 못하던 속내를 고스란히 읽습니다. 몸이 있는 이 삶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속내를 감추거나 바꾸지만, 몸이 아닌 오직 마음만 있는 꿈에서는 사람들이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감추기도 속이기도 없이 모두 날것입니다.


  이리하여 꿈속에서 쉽게 생채기를 받을 수 있어요. 또는 꿈속에서 서로 깊은 속내만 들여다보기에 더욱 깊이 서로 다가설 수 있을 테지요. 겉치레가 흐르는 곳하고 속마음이 있는 곳에서는 몸짓이 아주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니, 속이 없어? 어, 어떻게 된 거지? 나 같은 가난뱅이는 만두피나 감지덕지하며 먹으란 말인가?’ (116쪽)


“놔줘 변태! 돈벌레! 가난뱅이! 쓰레기!” ‘윽, 꿈인 줄은 알지만 멘탈이 무너진다.’ (161쪽)



  꿈을 꾸면서 생각해 봅니다. 이 꿈에서 마주하는 내 모습은 어떤 나인가 하고. 오늘 내가 꿈에 나오지는 않을 테고, 어제를 살던 나라든지 모레를 살 내가 꿈에 나올 테지요. 오늘 나는 어제에 어떻게 살았는가를 잊었을 수 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어제 살아온 모습을 어렴풋하게 떠올릴 수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나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는지 어림조차 못할 만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삶을 씩씩하게 맞아들일 수 있어요.



‘흑. 꿈이기에 엿본 마미야 사쿠라의 진심.’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167쪽)



  속내를 감추지 않는 꿈나라에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삶을 지을까요? 속내를 감추거나 바꾸어 드러내는 이 자리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지으려는 생각일까요? 꿈속에서 우리 짝님이나 이웃님 속내를 읽는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몸둘 바를 모를까요? 꿈속에서 엿본 짝님이나 이웃님 속내를 곱씹으면서, 오늘 이곳에서 더 씩씩하고 더 즐거우며 더 사랑스레 살림을 짓자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바라보려고 하면 꿈이 아닌 삶에서도 속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바라보려 하지 않기에 꿈에서도 삶에서도 속내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밤 여러 가지 꿈을 꾸면서 이 꿈이 참으로 언젯적 내 모습이나 삶이었나 하고 되새겨 봅니다. 아침이 밝으면 나는 새 하루를 어떻게 맞이해야 즐거울까 하고도 헤아려 봅니다. 2016.10.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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