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읽는다
비는 언제 오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구름이 낀다고 늘 비가 오지는 않기에, 비가 오는 날씨는 어떠한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리가 비를 부를 수 있는지, 비구름은 우리 힘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지 곱씹어 봅니다. 비야 비야 오렴 하고 부를 수 있는 비인지,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하고 손사래칠 수 있는 비인지 가만히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비를 우리 힘으로는 어쩌지 못한다고 여겼으나, 시골에서 살림을 지으며 ‘아니야, 우리 마음이 비를 부르기도 하고 그치게 하기도 하네’ 하고 곧잘 느낍니다. 땅에 씨앗을 심어서 돌보듯,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구름을 부를 수도 쫓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껴요. 그래서 깊은 밤에 지붕을 힘차게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고, 이 비가 언제까지 올 만한가 하고 생각에 잠기다가,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신나게 내린 뒤에 멎어 보렴 하고 마음속으로 빕니다. 빗소리를 읽을 수 있으면, 빗소리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면, 빗소리를 내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참말 비를 결 고운 동무로 삼아서 함께 살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2016.10.2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