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쓴다



  마을책방 한 곳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은 셈틀을 챙길까 하다가 그만둔다. 그러면 뭘 챙기는가 하면, 연필꾸러미를 챙긴다. 글판을 치면 ‘말을 아주 빨리 옮겨놓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기로 한다. 왜? 그냥. 글판을 치는 탁탁 소리보다는 종이에 연필이 구르는 소리가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한결 귀에도 부드러이 퍼질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연필을 손에 쥐면서 머리로 가만히 생각하고, 내 입에서도 즐겁게 이야기가 흐르도록 연필을 쓴다. 2016.10.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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