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책방이 작게 있으니
마을에 책방이 작게 있으니 마을이 환합니다. 작게 있는 책방은 ‘가게’로만 친다면 다른 커다란 가게나 건물에 가려서 거의 안 보인다 싶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작은 마을책방은 ‘더 많은 사람’이 복작거리며 드나들 수 없는 곳이어도, 홀가분하게 마음을 달래면서 몸을 쉬고 싶은 이들이 찾아가서 고요히 생각에 잠기도록 이끌어 줍니다.
더 커야 하는 책방이 아닙니다. 마을마다 알맞게 있을 책방입니다. 전철역이나 버스역하고 가까워야 하는 책방이 아닙니다. 마을사람이 찬찬히 걸어서 마실을 하듯 드나들 수 있는 책방이면 됩니다. 더 많은 책을 쟁여 놓아서 보여주어야 하는 책방이 아닙니다. 책방지기 스스로 즐거이 읽은 책을 마을이웃한테 알려줄 수 있는 책방이면 됩니다.
마을이 있고 사람이 있어 보금자리가 있고 골목이 있으며 쉼터가 있습니다. 마을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 책이 태어나고 책방이 곱다라니 자리를 잡으며 도란도란 피어나는 삶꽃이 있습니다. 2016.10.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