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전화



  광주마실을 하며 바깥일을 보는데 아이들이 전화를 합니다. 큰아이는 아버지가 오늘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서 동생하고 어떤 놀이를 했는지 이야기합니다. 큰아이더러 밥은 잘 먹었느냐고 묻다가 속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이 아이들한테 ‘밥 잘 먹는지’가 가장 궁금할까 하고 말이지요. 오늘은 밥하고 카레를 해 놓고 나왔는데, 카레가 좀 매워 아이들이 잘 먹을는지 안 먹을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를 이어 전화를 바꾸더니 오늘 누나하고 얼마나 사이좋게 재미나게 놀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이러면서 “아버지, 집에 돌아올 적에 전화해야 해.” 하고 말해요. 광주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다가 생각을 바꾸어 고흥으로 돌아가는 막차를 탔어요. 고흥 읍내에서 택시를 잡아 집으로 왔지요. 밤 열한 시가 다 되는데 두 아이는 아직 안 잡니다. 늦게까지 잠을 미루면서 놀았니? 아이들은 아버지를 보더니 대뜸 “아버지 집에 오는 길에 전화한다면서?” 하고 물어요. 그렇구나. 바삐 돌아오느라 전화할 생각을 못 했네. 미안해. 2016.10.1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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