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말 24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1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제주에서 고흥으로 삶터를 옮기려는 분이 있어서 아침에 도서관 문을 엽니다. 제주라는 곳도 예쁜 삶터가 되리라 생각해요. 고흥도 예쁜 삶터가 될 테고요. 우리는 어느 고장에서든 스스로 기쁨씨앗을 심으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흥은 워낙 나그네가 들지 않는 고장이면서 조용해요. 수수하고 조용하게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고흥이 한결 나을 수 있어요.


  도서관 손님이 가신 뒤에는 도서관 소식지 〈삶말〉 24호를 바지런히 꾸밉니다. 오늘 읍내에 나가서 복사를 할 생각입니다. 도서관 이야기책 〈숲노래〉 19호도 거의 다 엮었으니 이제 소량인쇄 주문을 넣을 생각이에요. 작은아이는 집에서 놀겠노라 하고 큰아이만 읍내마실을 따라갑니다. 큰아이는 〈삶말〉 24호를 복사해 달라며 맡길 적에 묻습니다. “아버지, ‘복사’가 뭐야?” “‘복사’는 똑같이 그리는 일을 가리켜. 우리가 어떤 글이나 그림을 그린 뒤에, 이 글이나 그림을 종이에 똑같이 찍는 일도 가리키고. ‘똑같이찍기’쯤 될까.”


  큰아이가 ‘복사’라는 낱말을 물었기에 이 한자말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그냥그냥 쓰던 낱말인데, 우리는 이런 낱말 하나도 그저 그냥그냥 쓸 뿐, 우리 나름대로 재미있거나 새롭게 한국말로 지어내지 못했다고 깨닫습니다. 그냥 쓴다고 해서 나쁠 일은 없어요. 다만, 그냥 쓰기만 할 뿐 ‘생각을 새롭게 지어 보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뜨끔합니다. 어느 말이든 그냥 쓸 수 있는 말은 없어요. 어느 말이든, 아주 작거나 하찮거나 흔하다 싶은 말에도 온사랑을 담아서 새롭게 지어 쓸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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