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풀을 벱니다.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풀을 벱니다. 가랑비쯤은 비를 맞으면서 풀을 벱니다. 구월까지만 해도 한낮에 풀을 베면 더웠으나, 시월로 접어드니 풀을 벨 적에 땀도 그리 흐르지 않습니다. 낫을 쥐고 풀을 벨 적에 처음에는 한 시간만 베자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두 시간을 훌쩍 넘도록 풀을 베고야 맙니다. 저기만 더 베야지 하다가 요만큼 더 벨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만큼 벴으면 여기를 더 베면 보기에 좋겠네 하고 생각하다가 자꾸자꾸 낫질을 잇습니다. 낫이 휘고 낫날이 아주 무디어져야 비로소 낫질을 그치고 등허리를 폅니다.


  도서관으로 쓰는 폐교 건물을 둘러싸고 거님길을 내려고 풀을 베는데, 앞으로 한 달쯤 더 베면 제법 걸을 만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낫질을 하다가, 또 낫날을 숫돌로 갈다가, 손낯을 씻고 걸상에 앉아서 쉬다가, 우리 두 아이가 얼마나 이쁘게 도서관에서 놀며 아버지를 기다리는가 하고도 생각합니다.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풀을 베느라 십 분만 바깥에 있어도 “아버지 안 보인다”고 찾아다니더니, 이제는 두 시간 동안 혼자 풀을 베도 딱히 안 찾고 저희끼리 책을 보며 놀아요.


  스스로 크고 스스로 자란다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앞으로 큰아이는 곧 낫질을 가르쳐 주어도 되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큰아이가 낫을 손에 쥐려면 먼저 다른 일을 손으로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할 테니, 설거지도 걸레질도 비질도 이것저것 차근차근 조금씩 시킵니다. 햇볕이 좋아 걸상 넷을 바깥에 내놓고 해바라기를 시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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