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앞서 읍내 저잣거리에서
며칠 앞서 감자루를 장만하러 읍내에 다녀오던 때입니다. 아침 열한 시 버스를 타려다가 아이들 밥을 챙겨 먹이면서 놓치고, 낮 두 시 버스는 집안일을 마치지 못해서 보내고, 낮 세 시 버스는 몸이 고단해서 쉬느라 넘겼어요. 저녁 다섯 시 버스가 지나갈 무렵 비로소 기운을 차리고 아이들을 이끌면서 읍내로 갔어요. 시골에서는 저녁 대여섯 시는 거의 가게를 접는 때라 할 텐데, 감을 자루로 파는 곳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한 군데에서 찾았어요. 할머님이 감이며 여러 과일을 파시는데, 가게를 접다가 저희한테 한 자루를 파셨지요. 굵은 단감이 잔뜩 든 한 자루에 만오천 원이라 하셔서 만오천 원을 지갑에서 꺼내어 건넵니다. 그런데 할머님이 이천 원을 에누리해 주시네요. 그냥 다 받으시라 말씀하지만 애써 에누리를 쳐 주십니다. 감자루를 가방에 담아서 등에 멜 무렵, 할머님은 “아(아이)들이 요쿠르트 먹나? 요쿠르트가 천 원이면 둘이 먹을 수 있나?” 하시면서 아이들한테 천 원을 또 내밀어 주십니다. 이러구러 삼천 원을 에누리 받은 셈인데, 할머님 과일집에서 물러나와 이웃 남새집을 보니 무가 보입니다. 옳거니, 이 돈으로 무를 사면 되겠네 싶어 삼천 원으로 무를 한 뿌리 장만합니다. 아이들한테는 요쿠르트 말고 다른 주전부리를 마련해 주었지요. 2016.10.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