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을 남기는 책
발자국을 남기는 책을 읽습니다. 굳이 역사책이나 인문책이라 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읽습니다. 따로 평전이나 문학이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책을 읽습니다. 수수하게 살아온 어머니 이야기가 깃드는 책을 읽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곱고 착하며 참다이 살림을 지으려는 숨결이 흐르는 책을 읽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며 동무를 돌보고 한솥밭지기를 살가이 어루만지는 손길이 따사로운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학교에서 역사책으로 읽힐 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 가슴으로 헤아리며 사랑으로 되새길 뭉클한 발자국이란 이렇게 ‘어머니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갈무리할 때에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책이름은 《노동자의 어머니》이지만, 노동자한테 어머니인 그분은 노동자한테뿐만이 아니라 뭇사람 누구한테나 어머니가 된 분, 그러니까 “사람을 사랑한 어머니”이지 싶어요. 사람을 낳아 돌보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발자국이 짙게 묻어난 《노동자의 어머니》를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읽습니다. 2016.9.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