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브랜드’라는 이름
고흥이라는 작은 군에도 몇 해 앞서 ‘ㅇ 가게’가 조그맣게 열었습니다. 커다란 도시에 있는 커다란 가게는 아니고 작은 가게인데, 이 가게에 들를 적에 ‘노 브랜드(NO BRAND)’라고 큼직하게 새긴 물건을 볼 수 있습니다. 어제 순천에 나가서 ㅇ 가게에 들렀다가 고무나무 도마가 보이기에 장만해 보았어요. 도마를 하나 새로 갖추자고 생각하던 터라 마침 잘 만났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노 브랜드’라는 이름도 ‘없는 이름’이 아닌 ‘있는 이름’이지 싶어요. 사람들(소비자)한테는 ‘이름이 없다’고 내세우지만, 바로 이 이름 ‘노 브랜드’야말로 ㅇ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이름’이 될 테니까요. 참말로 ‘이름을 붙여서 광고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한다면 ‘노 브랜드’라는 이름조차 안 쓸 테지요. 유행과 상표와 명품이 춤춘다고 하는 요즈막에 ‘이름 없다’는 이름이, 영어로 ‘노 브랜드’라는 이름이, 참으로 유행과 상표와 명품으로 슬그머니 올라타는 이름이 되지 싶습니다. 2016.9.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