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베기



  오른손 넷째손가락을 벱니다. 코감기가 붙어 어제 하루는 된통 숨조차 쉴 수 없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 낮으로도 콧물바람으로 지내다가, 밥을 차려 먹이고 숨을 돌리다가 참외라도 깎아서 주어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그만 칼을 놓쳤어요. 놓친 칼이 바닥에 떨어질까 싶어 얼른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칼날에 손가락이 닿았고, 살점을 푹 박으며 찌릿한 기운을 느끼면서 손을 뒤로 빼고 발을 들었어요. 손가락은 푹 베었으나 발은 칼에 박히지 않습니다. 얼뜬 몸으로는 섣불리 칼을 쥐지 말아야 할 텐데, 그나마 한 손가락만 베고 그칩니다. 밴드를 붙여 다시 칼을 쥐고 설거지를 한 뒤, 밴드를 떼어 갈고, 다시 밴드를 뗀 뒤에 자리에 누워 골골댑니다. 코감기는 어제와 대면 많이 나아서 그럭저럭 한 시간쯤 눈을 붙일 만합니다. 갑작스레 웬 모진 코감기이랴 싶으나, 몸살을 되게 하면서 다시금 새로운 살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 몸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2016.9.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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