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잠들다

 

  일산마실을 왔습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를 이끌고 일산 할아버지를 뵈러 올 생각이었는데, 곁님이 기운을 내어 네 사람이 함께 마실을 합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이틀째 지내는데, 해질녘에 비로소 아이들이 곁님 곁에서 잠듭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누웠으나 아랫배가 살살 아파서 잠들지 못합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잠든 모습을 지켜보다가 살짝 바깥으로 나옵니다. 도시에서는 피시방을 찾기 쉽습니다. 몇 분쯤 걸어서 피시방으로 들어옵니다. 크롬 풀그림을 깔 수 없고, 이어폰을 미처 챙기지 못해 몹시 시끌벅적한 피시방이지만, 한두 시간쯤 몸을 쉬면서 어제오늘을 돌아보고 저녁과 이튿날을 헤아립니다. 한가위나 설날 같은 자리는 차례나 제사보다도 오늘 이곳에서 함께 마주보면서 지내는 사람들하고 얼크러지는 이야기꽃이 가장 대수롭다고 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 하루를 누리고서 고흥집으로 기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6.9.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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