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멧범나비(산호랑나비)
빨래터를 치웁니다. 언제나처럼 아이들하고 함께 수세미를 북북 밀면서 신나게 놀듯이 빨래터를 치웁니다. 구월에는 배롱꽃이 잔뜩 떨어져서 치울 일이 많습니다. 거의 다 치웠구나 싶어서 허리를 토닥토닥 두들기는데, 문득 멧범나비(산호랑나비) 한 마리가 찾아들어 우리 둘레에서 날갯짓을 합니다. 멧범나비는 발치에서도 머리맡에서도 살몃살몃 내려앉더니 빨래터 바닥에 떨어진 배롱꽃에 앉아서 꽃가루를 찾으려 합니다. 아기야, 넌 어디에서 깨어났니? 우리 마을에서 깨어났니, 아니면 우리 집에서 깨어났니? 우리 집에는 네가 좋아하는 초피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줄 알지? 배롱꽃 꿀하고 꽃가루도 먹고, 우리 집 초피나무에서도 날개를 쉬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