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고치는 값 21만 원



  사진렌즈를 둘 고칩니다. 벼르고 벼르던, 또 잊고 잊던 사진렌즈입니다. 하나는 형이 사 주었고 다른 하나는 형이 쓰던 사진렌즈를 물려받았어요. 여러모로 살림이 매우 힘들 적에 형이 고맙게 손길을 내밀어 주어서 사진을 꾸준히 찍을 수 있었어요. 이 사진렌즈를 오랫동안 쓰며 하나씩 낡고 닳았어요. 한 렌즈는 두 번 수리점에 맡겨서 고쳤고, 다른 한 렌즈는 한 번 수리점에 맡겨서 고쳤어요. 낡고 닳은 부품을 갈아야 했거든요. 이렇게 고쳐서 쓰던 렌즈인데 다시 망가져서 두 해 가까이 묵혔어요. 어떤 렌즈로든 사진을 못 찍겠느냐 싶어서 매우 값싼 번들렌즈를 장만해서 사진을 찍었지요. 아직 살림을 아주 넉넉히 펴지는 않았지만, 2016년 6월에 새로 낸 책이 제법 사랑을 받으면서 은행계좌에 글삯이 조금 모였고, 이 조금 모인 돈으로 네 해 만에 ‘우리 집 인쇄기’에 새 잉크를 넣었어요. 그리고 두 해 동안 묵힌 사진렌즈 둘을 21만 원을 들여서 고칩니다. 낡고 닳은 부품을 갈고 그동안 쌓인 먼지와 곰팡이를 치운 사진렌즈가 얼마나 반가우면서 사랑스러운지. 돈도 돈일 테지만, 이렇게 사진살림을 이을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는 수많은 ‘읽는 이웃(독자)’을 마음속으로 그려 봅니다. 2016.9.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