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를 다니는 까닭



  이틀에 걸쳐 인천하고 서울에서 바깥일을 보고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서울에서 여러 가지를 잔뜩 장만해서 가방이 미어터질 만큼 신나게 짊어지고 돌아옵니다. 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돌아오느라 등허리가 많이 결립니다만, 한잠 자고 나면 다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제껏 바깥마실을 마치고 난 뒤하고는 퍽 다르게 밤을 맞이합니다. 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바깥일 이야기라든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도록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면, 오늘은 이럭저럭 이야기를 나눌 만큼 몸을 좀 가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제오늘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또렷하게 한 가지를 배웠어요. ‘나는 여태 내가 무엇을 배워서 무엇을 새롭게 지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를 말이지요. 바깥마실을 하면서 느낀 이 대목을 집에서 곁님한테서 다시 들으며 곰곰이 돌아보았어요. ‘아니, 내가 어제오늘 속으로 품은 생각을 어떻게 곁님이 나한테 오늘 밤에 이렇게 말로 들려줄 수 있지?’ 이는 흔한 말로 ‘우연’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스스로 끌어들이면서 이루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오늘 하루 자고 난 이튿날부터, 또 이 글을 적바림하는 이 자리부터, 내가 그리는 그림 가운데 하나인 ‘새 배움 놀이’를 그야말로 즐겁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나들이를 다니는 까닭은 내가 스스로 얼마나 넓거나 좁게 마음을 가꾸었는가를 되새기면서 나를 둘러싼 보금자리를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보살피면 사랑이 샘솟을까를 배우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2016.8.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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