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사진렌즈 셋을 고치려면



  몇 해쯤 앞서 사진렌즈 하나가 망가졌습니다. 이 사진렌즈는 두 번 손질해서 다시 썼는데 다시금 망가져서 더 손질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손질하면 이제는 새로 사는 값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다시 손질하지 않으면 사진렌즈가 없기 때문에 어떡해야 하나 하고 망설일 즈음 형한테서 사진렌즈를 하나 물려받았어요. 무척 고맙게 썼어요. 그 뒤 형한테서 물려받은 사진렌즈도 낡고 닳으면서 망가졌고, 한 번 손질했으나 또 망가졌어요. 이제 쓸 사진렌즈가 없나 하고 쓸쓸해 하던 때에 ‘무척 예전에 장만해 놓고 안 쓴 호환렌즈’를 하나 찾았어요. 질감이 퍽 떨어지는 사진렌즈여도 이 하나가 있으니 고맙게 쓰는데, 바닷가에서도 골짜기에서도 자전거를 달리면서도 늘 함께하느라 어느새 이 호환렌즈도 덜거덕거립니다.


  아이들하고 살며 이 살림을 담는 사진입니다. 사진렌즈를 못 쓰면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마음에 이 살림을 담으면 돼요. 앞으로는 사진을 안 찍으려면 되려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망가진 예전 사진렌즈 둘을 서울로 가져가서 손질해 볼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이틀 동안 망설이면서 스스로 한숨을 쉽니다. 손질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씩씩하게 서울마실을 할 노릇이고, 사진을 더 안 찍겠다면 사진기를 집에서 치우면 될 노릇일 텐데. 2016.8.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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