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창바람



  읍내에 볼일이 있어 네 식구가 함께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큰아이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코부터 감싸쥔다. 큰아이 뒷자리에 앉아서 넌지시 부른다. “벼리야, 손 풀어. 냄새 난다고 생각하지 말고 네 마음속에 파란 거미줄을 그려.” 이렇게 이른 뒤 창문을 살짝 연다. 오늘은 그야말로 아주 모처럼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해가 나지 않는 팔월 끝자락이라 제법 서늘하다. 군내버스도 에어컨을 안 켰다. 기쁘게 창바람을 쐴 수 있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니 큰아이도 버스 냄새가 아닌 숲바람 냄새를 즐기겠지. 큰아이 머리카락을 다시 빗질해서 고무줄로 묶어 준다. 그나저나 우리 사는 이곳은 시골이니 에어컨 아닌 창문으로 바깥바람을 쐬면 훨씬 시원한데 군내버스 일꾼이 창바람으로 여름나기를 할 뜻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창바람도 매캐한 도시바람이 아닌 시골마을 숲바람이거늘. 2016.8.2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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