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빨래기계를 안 쓰는 살림



  봄에는 이럭저럭 빨래기계한테 일손을 맡기기도 했는데, 여름으로 접어든 뒤로는 우리 집 빨래기계가 얌전히 쉬기만 한다. 우리 집 빨래기계가 그야말로 여름에는 거의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이 여름에 나는 아침 낮 저녁 하루 세 차례씩 빨래를 하는데, 손빨래를 할 적마다 찬물로 몸을 씻는다. 이밖에 빨래를 안 할 적에도 땀을 훔치려고 몸을 씻으니까, ‘시원하게 몸을 씻을 적에 조금씩 빨래하자’는 생각이다. 게다가 햇볕이 눈부시고 뜨거운 이 여름에 빨래는 대단히 잘 마른다. 하루에 세 차례 빨래를 해서 널어도 다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다만 한여름을 지나고 늦여름이 되니 해가 차츰 일찍 지니까 다섯 시 넘어서 빨래를 한 뒤에 널면 이제는 다 안 마른다. 씻고 빨래하고 쉬고, 다시 씻고 빨래하고 쉬고, 옷가지를 개고 다시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빨래터에서 놀며 젖은 옷을 내놓으니 이 옷을 헹굼질만 해서 다시 널고, 하루 내내 물을 만지니까 밭일을 한참 해도 손에 흙때가 남지 않기도 한다. 4348.8.1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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