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 비빔밥
작은아이가 아침을 안 먹었습니다. 낮에도 밥을 안 먹습니다. 이 녀석이 이렇게 안 먹고 개구지게 뛰놀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제 작은아이한테 “밥 먹으라”는 말을 더 안 하기로 합니다. 물끄러미 지켜보기로 합니다. 날이 더워서 물을 많이 마시고 매실을 탄 물을 스스로 마십니다. 마당에서 모깃불을 태우고 마을 한 바퀴를 들고 나서 해가 뚝 떨어진 저녁, 두 아이 머리를 감기고 씻기고 한 뒤에 비빔밥을 합니다. 저녁에 지어 놓은 밥을 거의 다 비벼서 밥상에 척 올립니다. 반찬은 김치만 세 가지에 토마토를 썰어 놓은 접시 하나. 어디 두고 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저녁을 차리는데 두 아이는 말도 없이 비빔밥 양푼을 바닥까지 삭삭 훑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배고팠지? 배불리 먹고 느긋하게 꿈나라로 가렴. 2016.8.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