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깨는 한여름



  어제 하루 손목하고 팔이 몹시 저렸습니다. 그제 저녁에 아이들하고 모과나무에 올라 모과를 딴 뒤, 어제 아침에 모과를 썰었지요. 올해 모과를 새로 썰면서 지난해 일이 떠오르더군요. 그래, 모과란 얼마나 단단한지 칼로 썰려면 손목이 아작날 판이지. 지난 7월 19일 뒤로 바다마실을 못 가서 바다놀이가 그리운 아이들이 여태 바다노래를 부릅니다. 8월 20일까지는 바닷가마다 도시 손님을 맞이하는 ‘해수욕장’으로 바뀌기에, 이동안에는 들끓는 사람 때문에 웬만해서는 바닷가에 갈 생각이 안 듭니다. 어제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자꾸 바다를 조르고 또 조르기에 ‘모과를 써느라 손목힘이 많이 빠져서 자전거를 몰기 벅찼’지만, 우리가 늘 가는 바닷가 말고 다른 바닷가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이러구러 바다마실을 마치고 맞바람을 실컷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까지 차린 뒤에는 더 기운을 낼 수 없어 곯아떨어져야 했어요. 그러나 한밤에 문득 잠을 깹니다. 하지가 지난 뒤로 해가 짧아진 결을 느꼈고, 입추를 앞두고 시골 밤은 제법 선선합니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어 주어야 해요. 그리고 엊저녁에 지은 밥을 냉장고에 넣어야 합니다. 자면서도 뭔가 하나 깜빡 잊은 듯해서 한밤에 일어났고, 밥냄비째 냉장고에 넣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립니다. 2016.8.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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